지난 9월 생수 전담 택배 물류센터에서 배송 기사로 일한 김민성(가명) 씨.
어느 날 아침 미열과 함께 기침이 계속돼 코로나19 증상을 의심했습니다.
어쩔 수 없이 회사에 쉬겠다고 연락했더니 당황스러운 답변이 돌아왔습니다.
일하지 못한 하루 치 비용을 책임지라는 거였습니다.
[김민성 (가명) / 전 택배 기사 : 하루 용차 비용이 60만 원이래요. 코로나 의심도 되고 좀 쉬겠다고 이야기했더니만 무단결근했다고 덮어씌우니까….]
김 씨 대신 물건을 배송할 대리 기사와 차를 빌리는 대체 비용, 이른바 '용차 비용'으로 청구된 건 하루 60만 원.
3주 동안 일한 값으로 150만 원을 받았는데 하루 쉬고는 40%에 달하는 비용을 토해 내야 했습니다.
[김민성 (가명) / 전 택배 기사 : 이게 대기업 갑질 아닙니까? 피 같은 배송비, 그걸 까겠다는 거 아니에요, 지금.]
사측은 김 씨가 아프다는 연락을 한 적이 없다며 운송 계약서에 따라 비용을 청구했을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.
[택배 대리점 관계자 : 저한테 연락도 없이 안 나왔어요. 이 사람이 안 나왔기 때문에 제가 용차를 쓴 부분이에요. 이 부분을 (계약서) 확인하고 본인이 서명하고 갔어요.]
하지만 1년 기간으로 맺은 운송 계약서에는 무단결근 시 '용차 비용'을 청구한다는 조항만 있을 뿐, 쉬는 날에 대한 규정은 없습니다.
'용차 비용'이 무서워 못 쉬는 건 대부분 택배 기사들이 마찬가지였습니다.
보통 택배 수수료로 한 건에 700~800원가량을 받지만, 쉬기 위해 용차를 쓰면 두 배인 1,500원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.
이렇다 보니 배송 기사 70% 이상은 용차 비용 때문에 아파도 참고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.
택배 기사의 과로사가 반복되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.
[한선범 / 택배 노조 정책국장 : 경조사가 있거나 본인이 아프거나 이럴 때도 용차 비를 물리는 경우가 매우 많은데,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택배 노동자들이 쉴 수가 없고 그래서 과로사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죠.]
택배 기사들은 택배사와의 단체 협상을 통해 일반 노동자들과 같이 원할 때 쉴 수 있는 권리, 휴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.
YTN 박기완 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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